정다운 감독의 '이타미 준의 바다',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후기
'이타미 준의 바다'와 '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낭만적 이게도 나의 20대 초반 청춘을 담고 있는 영화가 한 감독의 작품이다.
<이타미 준의 바다> 감독 정다운
자연과 시간의 결이 깃든 건축을 선물했던 재일 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 경계에서 길을 만든 그의 삶,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시간과 삶의 터전을 존중한 건축이야기를 통해 끝나지 않은 그의 ‘집’을 들여다보다!
이타미 준은 제일 교포 건축가로, 제주에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 박물관 등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외면적으로는 일본적인 건축의 성향을 지니면서도 내면적으로는 한국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건축가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두 국가의 정체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그이기에 어린 시절의 인생부터 제주에서 작업을 이어가기까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깊이 있는 스토리를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건축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정다운 감독의 시선으로 인해 이타미준의 건축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게 영상에 담겼다.
나는 이 영화가 대중에게 공개된 첫 장소에서 보았다. 전주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스물세살의 나는 우리에게만 미리 공개된 특별한 이 영화를 보았고, 감격스러움에 울먹이는 감독님을 보고 멋있음으로 인한 충격을 받았더랬지. 그때는 몰랐다. 내가 5년이 지난 지금도 이영화를 추억하며 나의 청춘으로 여길지는.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감독 정다운, 김종신
과거, 출판이 탄압받던 시절에 책을 위한 도시를 꿈꿨던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건축을 찾고자 했던 건축가들이 이들의 꿈에 동참하면서, 파주라는 군사 접경 지역 버려진 늪지에 세계 유일 책을 위한 생태도시를 조성한다. ‘위대한 계약’이라 불렸던, 30년에 걸친 과정과 평화통일을 꿈꾸는 미래의 책과 문화 도시 이야기.
자유로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다보면, 서울과는 전혀 다른 도시가 나타난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서울은 투박한 빌딩, 똑같이 생긴 아파트들, 심미적인 모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도시라는 의미이다. 그와 정 반대로, 각각의 건물이 모두 개성을 가지고 살아있는 캐릭터가 골목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도시, 파주출판단지이다.
나는 이 도시를 사랑했다. 여전히 나에게 소중한 곳이지만 20대 초반만큼 이제는 자주 가지 못하게 되어서인지 자꾸만 과거의 찬란한 청춘으로 보인다. 나의 이러한 기억이 담겨있는 도시를 정다운 감독이 다큐멘터리로 다루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에게 파주출판단지는 항상 의문을 불러 일으키는 도시였다. 부가가치가 넘쳐나는 산업도 아닌 출판 업계가 어떻게 이런 단지를 조성할 수 있었으며, 각각의 건물들은 가성비라고는 후순위에 두는 것을 규정이라도 한 것 마냥 각각의 개성이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같기에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큐멘터리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조성된 출판단지의 초기 행적적 역사에 대해 소개하며 관계자들의 인터뷰가 이어 보여준다. 내가 궁금했던 건축주(출판사)와 설계자의 소통 과정과 각각의 건물이 가지는 특성과 미(美)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조금이나마 그 의문을 풀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나의 20대 초반이 담겨있는 이 두 영화가 한 감독님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