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홈스테이 호스트에게 잔치국수 만들어주기
두번째 영상으로 홈스테이 마지막날을 담아봤다
https://youtu.be/8Y0NQUO0mkM?si=14bWt1eslNuC9n0B
아직 두번째 영상이라서, 영상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 마음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냥 내가 내키는대로 대충... 찍고 마음가는대로 편집했다.
아직은 보여주고 싶은 것보다 말하고 싶은 것이 더 많은가보다
호주에 온 지 벌써 4주가 지나,
홈스테이에서 머무르는 마지막 날이 다가왔어요
아늑한 방만큼 따뜻한 호스트 부부 덕분에
잘 먹고, 잘 자면서 무난하게 호주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아침 일찍 시끄럽게 울어대는 새소리도 이제는 적응이 된 것 같아요
돈을 주고 식사가 포함된 숙소에 머무른 거지만,
매일 저녁 수고롭게 식사를 준비하는 호스트에게
마지막 한 끼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체크아웃날 점심을 한식으로 해드리기로 했어요
저희 집 호스트는 50년대생 호주 부부라서
한국 문화나 음식에 대해 거의 접한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일본은 여행도 가고, 음식도 종종 즐기지만,
한국 음식은 예전 홈스테이생이 한번 해 먹을 때
조금 같이 먹은 게 전부라고 했어요
맵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은 음식을 하고 싶어서,
고민 끝에 잔치국수로 결정했습니다
당근, 양파, 버섯 그리고 애호박을 닮은 채소를 넣고 육수를 낼 거예요
사실 한식이 많이 그리웠어요
장기 여행을 가도 한식은 입에도 안 대던 저였는데,
여기서 호주 가정식만 3주를 넘게 먹으니 한계가 오더라고요
사실 제가 언제까지 버티나 궁금해서 일부러 한식당을 가지 않았지만요
양식이 느끼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물이 그리웠어요
뜨끈한 국물에 뭔가 후루룩 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죠
맵지 않아도 되니, 뭐든 국물이 너무 먹고 싶었어요
요리에 국물이 있는 음식이 거의 없으니,
설거지 방식도 다르고, 가지고 있는 식기도 다르고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요즘에는 이런 사소한 문화의 차이점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잔치국수를 더 예쁘게 만들어줄 계란 지단과 김도 준비했습니다
한국 음식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보니
최대한 이쁘게 보이고 싶었거든요
지난 시드니 여행에서 아시아권 유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호스트 부부와 다르게 그 친구들은 한국 문화에 정말 깊게 빠져있더라고요
드라마, 예능, 음악 그리고 웹툰까지...
주류 문화로 즐기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한 친구는 걸어가면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OST를 흥얼거리고
한 친구 핸드폰 배경화면은 한국 웹툰 그림일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있는 골드코스트 그리고 호스트와 같은 기성세대는
아직 한국에 대해 잘 모르지만,
대도시 시드니의 젊은이들에게서는
놀라울 정도로 한류를 느낄 수 있었어요
채소 이외에 소면과 김, 참기름, 참치액은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사 왔어요
한국인이 적은 골드코스트에도 하나로마트가 곳곳에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한식 재료들을 실컷 구경하니까 너무 신났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육수를 끓이고 계란 지단을 만들어볼게요
일단 조금 끓기 시작한 물에 야채를 풍덩 넣어줬습니다
그리고 팬이 달궈지는 동안 간장 양념을 만들 거예요
뭔가 신났네요
양념간장에 빠져서는 안 될 파는... 생략하기로 했어요
호주 파는 너무 억세보이더라구요
국물이 좀 끓더니 벌써 색이 올라왔네요
간은 참치액 + 간장으로 해줬어요
이제 달궈진 팬에 지단을 부쳐줍니다
?? 방황하는 앵글
뭐 어쨌든 지단 만들긴 했습니다
어제 호주에 갓 도착한 새로운 스위스 학생도 함께 먹게 되어서
입에 맞을지 걱정을 한가득 하느라,
면이 불어버릴까 봐 서두르느라, 찍은 영상이 없네요
다행히도 세 사람 모두 맛있게 먹어주었고,
그릇을 싹 비웠습니다!! 매우 뿌듯 ㅎㅎ
국물 요리도, 국물에 빠진 면 요리도, 김도
온통 낯선 음식일 거라 생각해서 많이 걱정했는데,
아주 감사하게도 세 사람 모두가 그릇을 싹 비워주셨습니당
새로 이사온 집은 골드코스트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해변 앞이에요
살면서 언제 또 바다 앞에 살아보겠나 싶어서
새로운 집에서의 생활을 아주 기대하는 중입니다
아직도 종종 한국인의 조급함이 덮쳐올 때면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뭘 위해 있는거지? 라며
채찍질을 하게 되지만,
새로운 집에서는 더 여유있는 마음으로
파도 멍도 좀 때리면서 살아보려 합니다
딱 한달 머물렀던 집이지만,
생각해보니 제가 한국에서 가족들과 살았던 집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 머무른 곳이더라구요
이 곳에서의 시간들이 벌써 먼 추억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어학원에서 만난 친구들 중 일부도
벌써 본국으로 돌아갔어요
함께해서 너무 좋았지만,
이제는 지나가는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지나가는 것에 마냥 슬퍼하기 보다
그저 조금 아쉬워하며 자연스럽게 흘러보내는 안녕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아늑했던 나의 골드코스트 첫 집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