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병률

"화분에 물을 주려면 한시간도 더 걸리겠어"라고 했던 선배에게 할말 역시 그 정도가 되겠다. 사람 세계라는 질서만으로 자기 이외의 세계를 무조건 참견하려는 관성들, 그리하여 모르면서 아는 체하려는 어른들의 극성들. 지랄맞도록 나쁜 균이다. 나는 어떤 무엇을 찾아 헤메는 중이고 참견하는 이들의 시선 따위가 지도를 알려줄 거라고 믿지 않은지 오래다.
그렇다면 나는 찾아낸 것이다. 식물들을 늘려가는 일들로 내 주변이 환해졌다면, 그것은 분명 내가 어떤 식으로든 나아졌다는 것인데, 식물들로부터 흘러들어온 힘과 식물이 나에게 던져준 어떤 밧줄 같은 것들이 온몸에 근육을 나눠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찾게 되고 알게 된 이것을 나누고만 싶다. 나는 내 후배들이, 친구들이 생기 있었으면 한다. 활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생기 없는 얼굴로 하루를 견디거나 날려버린다면 나는 아프다.
생기가 없다는 것은 고민이 없다는 것이고, 의지가 없기에 생기조차 없는 것이라고 나는 우기며 따지려 한다. 물론 한방에 생기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사랑.
나 또한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사랑의 대상 앞에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으로 태어나야 한다. 잘못 앞에서 잘못했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으로 태어나야 한다.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도 꼭 그렇게 하고 마는 씩씩하고 넉넉한 사람.
'다시 태어난다면......'이라는 맥빠지는 소망과 가정이 과연 이 생에서 필요할까. 이 생에서 당신 삶은 돌아오는 계절마다 리셋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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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서로의 존재 - 오드리 헵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