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창밖을 흘러나오는 곳. 오사무와 노부요 부부 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 집이다. 일반적이고 화목한 가정인 것만 같지만 그들은 모두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이다. 그저 함께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을 뿐이다. 함께 웃고,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목욕을 하고, 여행도 간다. 부부는 아이들에게 진심을 담은 사랑을 준다. 차와 함께 버려졌던 쇼타와 추운 겨울날 문 밖에 방치되었던 린은 이렇게 사바타 가족의 집에 오면서 어느정도 보통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일본 원제인 <万引き家族> 그대로 좀도둑질을 일삼는 가족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물건을 훔치는 방법을 알려주고, 물건이 팔리기 전에는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고 하거나, 가게가 망하지만 않을 정도면 괜찮다고 말한다. 그들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일지라도 변명의 여지없는 범죄이다.
이런 그들이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각자 마음 속 자리한 가족에 대한 결핍 때문이었다. 오사무는 차에 버려져 있던 어린아이를 데려와 자신의 본명으로 이름을 지어준다. 집 밖에 방치된 아이에게는 마트에서 훔친 음식 대신 돈을 주고 산 따뜻한 고로케를 나누어 준다. 그에게 아이는 돈보다 중요한 존재이고 자신이 어린아이였던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이런 방식을 통해서라도 해소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비록 가르쳐줄 것이 도둑질 밖에 없지는 처지이지만, 자신의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한다. 이러한 모습은 오사무가 어린시절 부모에 대해 어떤 결핍이 있었을지를 상상하게 한다.
노부요 또한 비슷하다. 비록 처음에는 아이를 돌려보내려 하지만, 결국 마음을 열고 온 마음으로 아이를 안아준다. 경찰이 묻는 것처럼 그들 부부는 불임이었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결핍이 있었다. 부부의 세상에서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세상에서도 진정한 가족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에서 부부는 그저 치정사건의 전과자일 뿐이고, 방치된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준 그들의 따뜻한 마음은 목적 모를 유괴가 된다. 진정한 사랑인 것 같았던 가족의 결집은 이런 상황과 마주하여 쉽게 흩어진다. 그들이 만든 가족은 처음부터 서로의 바람 속에서 만들어진 환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그들이 ‘정상적인 가족’이 아님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사회가 말하는 ‘정상적인 가족’ 또한 환상일지 모른다. 경찰은 아동학대, 방임의 범죄를 외면하고, 린을 낳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본래 함께했던 엄마에게 그녀를 돌려보낸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만 ‘정상’이라고 믿는 사회의 환상이 어린 아이를 다시 가족에 대한 결핍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영화 속에서 함께 웃으며 사랑을 주고받는 가족이나, 친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가족 모두 우리의 환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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