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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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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선 작가의 즐거운 어른 순례길 한가운데에서 팟캐스트를 듣다 울어버린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 날, 유독 길게 느껴졌던 길에서 이옥선 작가님의 유난스럽지 않게 쾌활한 목소리는 또 한명의 롤모델을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한국에 가면 제일 먼저 읽을 책! 이라는 소문(?)을 내어뒀었는데, 먼 길을 돌아 드디어 도착한 집에 나의 자매님이 책을 사두었더라. 내 나이만큼 같이 산 정인지, 멀리 떠나있는 동안 꽤나 나를 아끼는 마음이 커졌나보다. 그렇게 아주 고마운 마음으로 읽고 싶었던 책을 손에 들었다.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내용들도 반갑게 읽어나갔다.  책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이옥선 작가님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무게감과 통찰에 비하면마치 솜털같은 책이었다. 아마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내공이 깊이 쌓인 사람이었..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 하십니까 규칙적이지 않은 위대한 생애는 없다. 그 모습이 타인의 눈엔 어떻게 비쳤을지 몰라도 그런 생활이 그에겐 적합했기에 그들의 삶은 위대해진 것이다. 시류에 따라 전염병처럼 유행하는 악습에 굴하지 않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규칙을 정해놓고 인내라는 재능을 발휘하여 습관화한다. 그렇게 일생에 거쳐 긴 시간이 흐르는 사이, 남들과 비교되지 않는 자기만의 위대한 삶이 쌓여간다. 남들과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말을 하고, 법을 어기고, 정부를 무시한다고 해서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다. 특별함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은밀하고 개인적인 일상속에서만 특별함이 갖춰지는 것이다.
시인 이병률 "화분에 물을 주려면 한시간도 더 걸리겠어"라고 했던 선배에게 할말 역시 그 정도가 되겠다. 사람 세계라는 질서만으로 자기 이외의 세계를 무조건 참견하려는 관성들, 그리하여 모르면서 아는 체하려는 어른들의 극성들. 지랄맞도록 나쁜 균이다. 나는 어떤 무엇을 찾아 헤메는 중이고 참견하는 이들의 시선 따위가 지도를 알려줄 거라고 믿지 않은지 오래다. 그렇다면 나는 찾아낸 것이다. 식물들을 늘려가는 일들로 내 주변이 환해졌다면, 그것은 분명 내가 어떤 식으로든 나아졌다는 것인데, 식물들로부터 흘러들어온 힘과 식물이 나에게 던져준 어떤 밧줄 같은 것들이 온몸에 근육을 나눠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찾게 되고 알게 된 이것을 나누고만 싶다. 나는 내 후배들이, 친구들이 생기 있었으면 한다. 활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시인 이병률 오래 만나세요. 그 긴 시간 동안 셀 수 없고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최고의 기억을 담으세요. 중요한 건 사랑한 만큼의 여운일테니. 그 여운으로 힘이 드는 건 아무것도 아닐테니. p68 인연은 단단하고 따뜻한 것일 수만은 없겠지요. 그 과육은 쉽게 상하고 터져서 진물이 흐르기도 하고 까져야 할 껍질은 더 부풀기만할 뿐 까지지도 않습니다. 그 오묘함 앞에서 우리는 기쁨 대신 눈물을 쏟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인연이 아니라면 어찌 사람이라는 별에다 싹을 틔울 수 있으며, 짧지 않은 시간동안 어찌 서로에게 묶일 수 있단 말인가요. 다르게 살아온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두 사람이 하나로 묶일 수 있단 말인가요.  우리는 인연인 것에 갉아먹히기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우리는 분명 인연인 것으로부터 '테' 하나..
에디토리얼 씽킹 - 01 대단한 편집자, 질문이 자석이라면 정보는 철가루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책들 중 가장 큰 의미로 와닿은 책이다. 길지 않은 분량에 인상깊게 느낀 부분이 한가득이라서, 두고두고 곱씹고 싶다. 다닥다닥 붙여놓은 포스트잇들을 다시 들춰보며 기록을 남겨본다. 1. 재료수집: 가능성을 품은 재료 찾고 모으기 자크 빌레글레는 다양한 정치적 주장을 담은 포스터와 상업 광고 포스터가 자연스럽게 찢기고 덧붙여진 파리 길거리 포스터 지층을 있는 그대로 떼어내는 데콜라주 방식(콜라주의 반대적 의미, 재료를 찢고 뜯어 해체하면서 원래 자리로부터 박탈시키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 자크 빌레글레, , 1968 ... 이처럼 동시대 아티스트들은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나 사물을 모으고, 분류하고, 합치고, 교차하고, 변형하면서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나는 미술관에 가서 '아..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러셀 로버츠 P89 고통은 인간을 성장시킨다. 당신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당신을 더 단단히 만들어 주고, 마법 같은 일상을 선사한다. 이 모든 것은 마음이 찢어져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P137 적당히 타협하는 건 잘못이라고,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을 뿐인 사람에게 만족하면 안된다고 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한 주장을 하려고 한다. 나는 여러분에게 타협하라고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타협'해야만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최선의 배우자/커리어/도시란 존재하지 않는다. 찾기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게 의미있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P144 미래에 우리가 뭘 좋아하게 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날그날의 경험이라는 협소한 일상을 넘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할 더 심오한..
롤모델, 무빙워터 - 언젠간 짤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이분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직장인이자, 육아휴직 중인 두 아이의 아빠이자, 강연을 잔뜩 다니는 유투버입니다. 예능 에서 이분을 봤을 수도 있어요. 저도 거기서 처음 보게 되었거든요. 약간 저의 롤모델…? 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에는) 이분의 현재 삶을 들여다보면, 참 부러워요. 참 멋있게,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렇게 되고 싶구요. 닮고 싶은 어른이 별로 없어서, 롤모델을 적으라는 질문이 주어질 때 정말 고민이 많이 됐었는데 26살이 되어서 드디어 찾았네요! 내 롤모델 그럼, 어떤 점이 그렇게 멋지게 느껴졌냐!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차는 그저 교통수단, 대기업에 다녀도 하얀색 작은 마티즈면 충분했고, 다른 사람들의 눈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아기가 둘..
양형의 이유, 박주영 판사 얼마전, 유퀴즈에 나온 박주영 판사의 영상을 보고 독서모임에 함께 제안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판사의 일기장판사의 미덕은 피해자와 거리를 두는 것 그리고 감정을 배제하여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이토록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법관의 글을 본 적이 없었다. 박주영 판사는 끊임 없이 흔들리고, 고민하고, 자책하고 그러면서도 성실히 맡겨진 일을 하는 작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여러 사건들이 나열되었지만, 가정 법원에서 만난 수많은 소년범들의 사례가 가장 잊혀지지 않는다. 소년범들이 살아온 시간에 대해 큰 역할을 해줄 수 없다는 이유로 느끼는 무력감은 그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스스로 재판공이라 불리길 원하지만, 그에게 사건은 서류 속 업무가 아니라 피고인과 피해자의 인생이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관내분실: 쓸쓸하고 찬란한 나는 내가 가야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이번 달 우리의 독서모임의 책은 문단계의 아이돌, 김초엽 작가의 . 정말 넓은 도서관의 수 많은 책들 속에서 복잡한 분류 코드하나로 제 자리를 찾아가는 책들을 보며 생각했다. 한번 손에 들었던 책을 다시 돌려두려하지만, 원래 있던 자리를 기억하지 못해 헤멜 때에도 생각했다. 대출 가능인 도서를 아무리 찾아도, 그 자리에서 찾을 수 없을 때에도 생각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아득하게 잊혀져 찾을 수 없게 된 책을. '관내 분실' 이라는 두글자를 처음 들었을 때는 괜스레 너무 딱딱한 표현 같았지만, 아득히 멀어진 책이 머릿 속을 가득 채우며 우주보다 더 쓸쓸하고 감성적인 고립이 그려졌다.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아도 손에 닿지 않는 곳을 평생 그리워하며, "빛의 속도로 ..
0620 염치와 정의: 박주영 판사, 양형의 이유 정의와 선을 추구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10편 중 적어도 1편은 주인공이 판사/검사/변호사 셋 중 하나일 정도이다. (물론 통계는 아니고 뇌피셜) 정의를 추구하는 이야기는 참 드라마틱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리고 그만큼, 현실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일 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박주영 판사님의 '염치'가 여기서 그 답이 되어준다. 정의나 선은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구별하기 힘들고, 추구하기 힘들다. 이런 감정들이 이어지면 결국 정의와 선에 대해 회의하고 냉소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악과 불의의 노림수이다. 정의로운 사람이 되어 선을 추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손에 잡히지 않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계속 추구해야만 ..
[책후기]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이원지 아프리카 여행, 창업, 디자이너, 해외취업, 목수, 그리고 유튜버까지 요즘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유투버 이원지님의 책, 인턴 근무를 시작하고 장장 왕복 3시간의 출퇴근 시간에 가볍게 읽은 책이다. 유투버 이원지에 대한 동경의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방향과 태도를 아직 정립해나가는 과정에서 틀을 깨는 생각들을 하게 해준다. 세상이, 한국이, 이렇게 살아야해! 라고 무언의 압박으로 나에게 조급함을 주지만, 유투브 원지의 하루를 보면, 그냥 그렇게 살아도 괜찮아, 뭐 어때? 라고 위로해준다. 이 책은 유투브에서 볼 수 있는 원지의 하루들을 조금 더 깊숙이 알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영상보다는 생생함이 덜하지만, 원지님의 마음들과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언젠..
[책 리뷰] 정의란 무엇인가: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대해 나는 노예를 소유해본 적이 없다. 또한 누구를 억압했던 적도 없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이전 세대가 한 일을 왜 내가 보상해야하는지 모르겠다 p313 노예제 배상안을 비판한 미국 공화당의 헨리 하이드 의원의 말이다. 맞는 말이다. 연좌제의 개념으로 이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과거사 사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국의 이슈, 일본의 위안부에 대해서는 이런 시각이 왜 타당성을 잃어가는가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 따르면, 공개 사과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도덕적, 정치적 화해의 기반을 제공하며 희생자와 그 후손의 후유증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책임"이 아니라 "공동체 의식"의 영역인 것이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문제로 인한 국가 내의 분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