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78)
겨울이 정말 다 갔어! 지난 여름이 없었던게 아닌데 봄은 정말 오랜만이라 그런지따뜻함이 낯설어
이옥선 작가의 즐거운 어른 순례길 한가운데에서 팟캐스트를 듣다 울어버린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 날, 유독 길게 느껴졌던 길에서 이옥선 작가님의 유난스럽지 않게 쾌활한 목소리는 또 한명의 롤모델을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한국에 가면 제일 먼저 읽을 책! 이라는 소문(?)을 내어뒀었는데, 먼 길을 돌아 드디어 도착한 집에 나의 자매님이 책을 사두었더라. 내 나이만큼 같이 산 정인지, 멀리 떠나있는 동안 꽤나 나를 아끼는 마음이 커졌나보다. 그렇게 아주 고마운 마음으로 읽고 싶었던 책을 손에 들었다.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내용들도 반갑게 읽어나갔다.  책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이옥선 작가님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무게감과 통찰에 비하면마치 솜털같은 책이었다. 아마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내공이 깊이 쌓인 사람이었..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 하십니까 규칙적이지 않은 위대한 생애는 없다. 그 모습이 타인의 눈엔 어떻게 비쳤을지 몰라도 그런 생활이 그에겐 적합했기에 그들의 삶은 위대해진 것이다. 시류에 따라 전염병처럼 유행하는 악습에 굴하지 않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규칙을 정해놓고 인내라는 재능을 발휘하여 습관화한다. 그렇게 일생에 거쳐 긴 시간이 흐르는 사이, 남들과 비교되지 않는 자기만의 위대한 삶이 쌓여간다. 남들과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말을 하고, 법을 어기고, 정부를 무시한다고 해서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다. 특별함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은밀하고 개인적인 일상속에서만 특별함이 갖춰지는 것이다.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사람 한눈에 들어오는 훤칠한 키에 할리우드 영화에서 본 것만 같은 인도계 미인상의 여성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왠지모를 밝은 미소를 띄고 있었고, 그 미소가 어색하지 않은 그녀의 일상으로 느껴졌다. 그 미소를 보자마자 나도 함께 웃게 될 정도로 그 에너지가 크게 느껴졌다. 그 뒤로 그녀가 우리 가게의 물건들을 살펴보는 동안 나는 그녀의 립스틱 색이 그렇게 강렬한 핫핑크였는지도 알게 되었고, 그 색이 그녀가 입은 니트 색과 완벽하게 같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렇게나 강한 색을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 그녀에게 참 잘 어울렸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 뒤로는 그녀가 메고 있는 귀여운 도넛 모양 가방을 발견했고, 이어 병맥주 뚜껑의 알록달록한 귀걸이를 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의 취향이 가득 ..
호주 레스토랑 영어 - Stubby, Tinny, Lemon ade, Serviette 어학원 기간이 끝나고 이제 일만한지도 이제 딱 한달이 되었다. 그동안 새로 일을 구하고 적응하느라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뭐 물론 언제든 시간은 빠른 것 같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끼는 건 이제 재수 시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오지 않는 것일까 학교, 집 등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고 느끼며 어느정도 자신감을 얻었건만, 가장 높은 난이도의 영어를 일하면서 마주할 줄이야. 보스의 인도와 호주가 섞인 억양보다 더 어려운 것이 1020 여자애들의 자비없는 영어라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 껄껄 외국인을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나 싶을 정도로 영어가 아닌 것 같은 말을 하는 그들과 일하니 참으로 동기부여가 많이 된달까.  아무튼 어찌저찌 적응하여 장장 3주간의 트라이얼..
아 일단 하고 보는 이 ADH(D)의 귀여운 충동성 갑자기 꽂혀서 브런치, 유투브 채널명을 바꿨다.내가 이곳에서 쓰고 있는 이름인 써니와 내가 좋아하는 개망초 꽃이 나의 닉네임에 참 걸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다.  바꾸고 보니? 써니사이드업이 이렇게 인기있는 이름인지 알게 된 거지.역시 실행력 하나는 최고인 내 성향이 빛을 발하여 벌어진 익숙한 상황브런치는 30일 뒤에 이름을 다시 바꿀 수 있고, 유투브는 14일 뒤에 이름을 다시 바꿀 수 있다껄껄 써니사이드업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유투브의 백만개 계정 덕에 다시 나의 이전 닉네임이 아주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뭐 큰일 아니니 귀엽게 봐줄 수 있다이 정도는 Disorder라고 보기 어려우니 ADH라고만 하자
알맞게 익은 밥을 꼭꼭 눌러 담으려 이곳에 왔다는 것 이런저런 일들로 머리가 복잡해질수록 결국 나 스스로에게 집중해야겠다는 것. 며칠째 머리를 뒤집어놓던 여러 생각들의 결론이다. 결국에는 내 인생 이끌어나갈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의 목소리를 가장 크게 들어야 한다는 것. 4개월 남은 만 26살을 후회 없이 보내려면 다른 이를 챙길 시간은 없다. 그저 모든 순간에 나를 우선으로 두고 결정하고 행동할 것. 한국에 돌아가면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가? 그대로 하던 일에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것에 확신할 수 있는가? 교육과 강연 쪽으로 나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대학원에 가지 않더라도 도전할 방법이 있는가? 다른 기술을 배울 것인가? 사람에 대한 일을 하고 싶다는 게 명확하다면, 사람들에 대해 더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지. 지금은 다시 또 설익은 밥을..
시인 이병률 "화분에 물을 주려면 한시간도 더 걸리겠어"라고 했던 선배에게 할말 역시 그 정도가 되겠다. 사람 세계라는 질서만으로 자기 이외의 세계를 무조건 참견하려는 관성들, 그리하여 모르면서 아는 체하려는 어른들의 극성들. 지랄맞도록 나쁜 균이다. 나는 어떤 무엇을 찾아 헤메는 중이고 참견하는 이들의 시선 따위가 지도를 알려줄 거라고 믿지 않은지 오래다. 그렇다면 나는 찾아낸 것이다. 식물들을 늘려가는 일들로 내 주변이 환해졌다면, 그것은 분명 내가 어떤 식으로든 나아졌다는 것인데, 식물들로부터 흘러들어온 힘과 식물이 나에게 던져준 어떤 밧줄 같은 것들이 온몸에 근육을 나눠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찾게 되고 알게 된 이것을 나누고만 싶다. 나는 내 후배들이, 친구들이 생기 있었으면 한다. 활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시인 이병률 오래 만나세요. 그 긴 시간 동안 셀 수 없고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최고의 기억을 담으세요. 중요한 건 사랑한 만큼의 여운일테니. 그 여운으로 힘이 드는 건 아무것도 아닐테니. p68 인연은 단단하고 따뜻한 것일 수만은 없겠지요. 그 과육은 쉽게 상하고 터져서 진물이 흐르기도 하고 까져야 할 껍질은 더 부풀기만할 뿐 까지지도 않습니다. 그 오묘함 앞에서 우리는 기쁨 대신 눈물을 쏟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인연이 아니라면 어찌 사람이라는 별에다 싹을 틔울 수 있으며, 짧지 않은 시간동안 어찌 서로에게 묶일 수 있단 말인가요. 다르게 살아온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두 사람이 하나로 묶일 수 있단 말인가요.  우리는 인연인 것에 갉아먹히기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우리는 분명 인연인 것으로부터 '테' 하나..
호주 일상: 어학원 끝나고 슈퍼, 도서관 - 골드코스트 어학연수 안녕하세요 :) 호주 어학연수 온 지도 벌써 2달이 넘어가는데요두 달 동안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엔 보통 비슷한 하루들을 보냈어요학교가 끝나면 도서관이나 슈퍼를 갔다가 집에 와서 저녁을 해 먹는 정도...?그래서 오늘은 쇼핑하고 도서관 가서 공부하는 그런 영상을 담아봤어요.제가 슈퍼에 가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코너가 있는데요바로 맨 앞에 있는 꽃 코너입니다. 슈퍼에는 요렇게 꽃을 살 수 있는게 바로 입구마다 있어요그래서 이게 정말 좋아보이더라구요뭔가 되게 특별한 날 만을 위한 그런 장식이 아니라일상 속에 꽃이 함께 있는 그런 느낌...?갈 때마다 한참을 바라보다 갑니다 과일 코너에는 항상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사과들이 있어요근데 저는 여기서 먹은 청포도가 너무 맛있어서철이 지나기 전에 청포도를 한..
호주 일상: 어학원, 대만 음식점, 서퍼스 파라다이스, 타마린드 그리고 헝가리 디저트 호주에서 어학원을 다니기로 한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평생 없던 선생님 운이 따라 12주 내내 학원 내에서도 여러모로 유능한 선생님들과 공부할 수 있었고,평생 느끼지 못했던 영어를 공부하는 재미를 느껴며 다닐 수 있었고,평생 기억할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작은 어학원이지만, 참 많은 것을 얻어간다. 본래 계획했던 것보다 2주를 더 연장하여 공부를 할 생각이다. 6주마다 마무리되는 학기를 마치고 싶기 때문이다. 마지막 주에는 학원 원장과 직원분들을 대상으로 영어 피티를 하는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나에게 흔하게 오지 않을 기회이기 때문에, 꼭 좋은 기억이 되었으면 한다.  월요일 수업이 끝나고 대만 친구들과 함께 대만 음식점에 갔다. 보통은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데, 그날은 왠지 도시락을 안..
Minari 미나리, 눈물도 화도 말라버린 빛으로 각자의 모양을 가진 이들이 가족이 되어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앞에 놓여진 각자의 그림은 제각기 빛을 잃어간다. 가족들에게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 어떤 남편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그가 그리는 그림은 일말의 숨처럼 쉽게 놓아질 수 없고, 이어지는 하루들로 인해 마음의 여유를 충전할 곳을 잃은 그녀의 눈은 눈물도 화도 말라버린 빛으로 허공을 떠돈다. 음악이 들리지 않았는데,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야 그 존재를 깨닫게 되는 영화음악을 좋아한다. 미나리가 그랬다. 온전히 그 감정을 담아내는 물길을 따라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엔딩크레딧 사이에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영화의 공간. 손에 잡히지 않는 인간의 감정이기에, 손에 잡힐 듯 그려내는 그 음악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