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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Fil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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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ari 미나리, 눈물도 화도 말라버린 빛으로 각자의 모양을 가진 이들이 가족이 되어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앞에 놓여진 각자의 그림은 제각기 빛을 잃어간다. 가족들에게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 어떤 남편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그가 그리는 그림은 일말의 숨처럼 쉽게 놓아질 수 없고, 이어지는 하루들로 인해 마음의 여유를 충전할 곳을 잃은 그녀의 눈은 눈물도 화도 말라버린 빛으로 허공을 떠돈다. 음악이 들리지 않았는데,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야 그 존재를 깨닫게 되는 영화음악을 좋아한다. 미나리가 그랬다. 온전히 그 감정을 담아내는 물길을 따라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엔딩크레딧 사이에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영화의 공간. 손에 잡히지 않는 인간의 감정이기에, 손에 잡힐 듯 그려내는 그 음악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
정다운 감독의 '이타미 준의 바다',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후기 '이타미 준의 바다'와 '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낭만적 이게도 나의 20대 초반 청춘을 담고 있는 영화가 한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 정다운 자연과 시간의 결이 깃든 건축을 선물했던 재일 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 경계에서 길을 만든 그의 삶,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시간과 삶의 터전을 존중한 건축이야기를 통해 끝나지 않은 그의 ‘집’을 들여다보다! 이타미 준은 제일 교포 건축가로, 제주에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 박물관 등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외면적으로는 일본적인 건축의 성향을 지니면서도 내면적으로는 한국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건축가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두 국가의 정체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그이기에 어린 시절의 인생부터 제주에서 작업을 이어가기까지 한 사람의 인생..
Her, chat-GPT 시대에 본 Her chat-GPT 시대에 본 Her 먼 미래에, 언제나 한결같이 뿌연 하늘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만난 OS와 인간이 사랑에 빠진다. 그래도 사랑하고 헤어지는 건 다 똑같다. 그녀를 사랑했고, 사랑했기에 마주할 수 있었던 다름은 결국 서로의 차이로 이어졌다. '다름'을 마주하고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절실히 바라지만, 결국은 인간은 혼자 남아 있다. 이 영화는 인공지능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그냥, 인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리석은 인간.
카타르시스, 멜로가 체질 2019, 2020년 그리고 2021년까지 나에게 이 드라마는 판타지이다. 현실에서 이뤄지지 못하는 소망들을 이뤄준다. 마음 깊이 들어오는 이야기들을 다루면서, 실제로는 하지 못했을 말들을 대신 해준다. 이상적인 부모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 상사에게도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주인공 여러 고민으로 힘이 들거나, 내가 힘들다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때에도 나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잔잔하게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카타르시스 이미 다 알고, 익숙한 것을 계속 찾는 것이 마냥 좋은 것 같지는 않지만,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나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그래서, 그냥 계속 틀어둔다.
[영화 후기] 틱, 틱... 붐! - 여운 남는 음악 영화 넷플릭스로 본 앤드루 가필드의 틱, 틱... 붐! 제목이 정말 마음에 안들었지만, 배우를 보고 선택한 영화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제목이 그리 미워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감동으로 다가온다. 실화가 가지는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영화이다. 추천 포인트 1. 앤드루 가필드의 연기력: 스파이더맨에 가려있던 연기력이 정말 엄청나다. 노래는 또 언제부터 그렇게 잘 불렀지??? 너무 멋있음 2. 좋은 음악들: 든든한 원작이 있어서 음악은 믿을 수 있다. 3. 적절한 감동과 여운: 시간 아깝지 않다. 4. 멋진 연출 (보면서 몇번씩 감탄하면서 봤는데, 본지 좀 되어서 기억이 안나네... ) 여운이 정말 오래 남았다. 개인적인 고민이 함께 연결되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선택이 재미없는 선택..
[영화 리뷰] 어느 가족 - 가족에 대한 환상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창밖을 흘러나오는 곳. 오사무와 노부요 부부 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 집이다. 일반적이고 화목한 가정인 것만 같지만 그들은 모두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이다. 그저 함께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을 뿐이다. 함께 웃고,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목욕을 하고, 여행도 간다. 부부는 아이들에게 진심을 담은 사랑을 준다. 차와 함께 버려졌던 쇼타와 추운 겨울날 문 밖에 방치되었던 린은 이렇게 사바타 가족의 집에 오면서 어느정도 보통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일본 원제인 그대로 좀도둑질을 일삼는 가족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물건을 훔치는 방법을 알려주고, 물건이 팔리기 전에는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고 하거나, 가게가 망하지만 않을 정도면 괜찮다고 말한다. 그..
[영화 리뷰] 내일을 위한 시간 (2014) (스포가 있습니다) 누가 그들을 나쁘다고 말할 수 있죠? : 세상의 모든 사람들 주인공 산드라는 주말 동안 12명의 동료들을 만난다. 보너스를 포기하고 자신의 복직을 지지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이다. 동료들은 마치 프리즘을 통해 분산된 빛의 스펙트럼처럼, 선택의 기로에서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누군가는 온 마음을 다해 그녀를 지지해주고, 누군가는 솔직하게 냉소적인 입장을 전하기도 하며, 또 누군가는 미지근한 말투로 당신을 응원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마치 세상의 축소판처럼 12명의 선택과 선택을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감정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이 모두 다를지라도 각각의 사정은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심지어 산드라와 대면 자체를 회피하는 동료도 “그렇게 친했는데 어..
에밀리, 파리에 가다: ep3 욕망의 주체와 대상화 영화 비평 수업에서 매번 교수님이 내주시는 글쓰기 과제. 이번에는 ep3에서 향수 광고 장면을 보고 성적 대상화에 대한 생각을 써보았다. 욕망의 주체와 대상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적인 묘사에서 욕망의 주체는 항상 남성이고 욕망의 대상은 여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생물학적인 차이로 인해 남성과 여성의 기본적인 성적 욕망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에서 차승민 정신과 전문의는 변태성욕 범죄를 관음증, 노출증 등의 7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러나 그 다양한 유형 중 여성의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동물적인 원리로 남성이 여성보다 성에 대해 더 많은 욕구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욕구가 발현되..
[영화리뷰] 파니핑크, 여자의 행복에 꼭 남자가 필요한건 아니죠 영화과를 전공하며 수업시간에 종종 고전예술영화들을 접할 기회가 (강제로) 생긴다. 정말 이상한 영화들도 많고, 신기한 영화들도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된다. 이번에는 독일 영화 를 보게 되었다. 원제는 정말... 도대체 누가 이런 제목으로 국내 수입을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영화의 내용을 정말 잘 반영하고, 핵심적인 감독의 의도가 들어가있는 제목을... 이런식으로 바꾸다니... 영화 수입/배급 시장에서 종종 이런식의 영화제목 번역이 보이는데 어떤 이유인지 정말 궁금하다. “그리 매력적인 얘기는 아니죠?” 하지만 그녀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직접 관을 짜고 그 속에 들어가보는 체험까지 하며 죽음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볼 정도이지만, 정작 죽음 이후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여자의 행복에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