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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Australia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아 : 시드니 여행기 1

 
시드니 여행을 떠나려 공항에 왔다. 학교 수업 이후에 촉박하게 출발하느라 마음이 조급했다. 그런 서두름이 무색하게도 나는 첫번째로 게이트에 도착했고, 늦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친절한 직원분과 인사했다. 몇분을 더 기다리다가 보딩 타임에 맞추어 비행기 탑승을 시작했다. 가까이 있는 작은 비행기에 몇보 걸어가면 되는 거리였다. 비행기 앞에 가서도 계단에 오르기까지 잠시 대기를 해야 했고, 나는 기념 영상을 찍으려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자, 노란 조끼를 입은 안내원이 핸드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듯이 제재를 했다. 나는 카메라를 사용하면 안되는 건가? 하면서 주머니에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었고, 잠시 뒤 비행기 모드 전에 연락을 남겨 두기 위해 잠시 손에 다시 들었다. 그러자 그 안내원이 부리나케 다가와서 경고를 퍼붓기 시작했다. 자신이 이미 한번을 경고했고, 그걸 듣지 않고 다시 핸드폰을 사용했다며 매우 화가 난 목소리로 나를 몰아붙였다. 한번만 더하면 내 탑승을 거절하겠다는 말까지 하며 말이다!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쏟아붓는 말이 끝날 때 까지 그저 듣고 있다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밥을 급하게 먹어서 체할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기분까지 확 상해버렸다.
계속 곱씹으며 생각했다. 내가 뭐 그렇게 큰 잘못을 했다고 나를 붙잡고 그렇게 화를 내는 건지, 문자 한통 보냈다고 왜 탑승을 거부할꺼라는 협박까지 들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비행기에 타고 나서도 출발을 위해 움직이기 전까지는 다들 핸드폰을 사용하는데 뭐가 문제야!
 
그렇게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는 내 기분을 덜리려 애썼다. 시드니 여행의 시작을 이렇게 시작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저 다시 곱씹지 않으려 애썼지만 큰 효과가 있지는 않았다. 눈을 감고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다른 생각을 해보았다.



어쩔 수 없이 그 생각들은 계속 되었다. 한번 상해버린 감정은 쉽게 내 말을 듣지 않는다.
게다가 바보 같는 실수로 여행 중에 만나기로 했던 시드니 친구와의 약속이 어그러졌다. 그걸 보다가 버스를 잘못타서 한참을 돌아가야 했다. 이게 무슨 3연타인가!!!

시드니에서 저녁으로 한식을 먹을 참이었는데, 그 식사를 더 극적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나보다.

약속하는 달을 착각해서 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된 건, March와 May를 매번 헷갈리는 나에게 신이주신 기회인가보다. 절대 잊어버릴 수 없도록 말이다.

역시 정신 놓고 다니면 안된다고 가볍게 경고해주나보다!! 버스 방향을 잘못타다니.

 
그렇게 그냥 위로했다. 한살을 더 먹을 수록, 이런 스킬이 늘어가는 것 같다. 나쁘지만은 않다.


지하철을 우여곡절 끝에 탔다. 2층 지하철이 신기했지만 그보다 더 신기한 건, 광고가 없다는 것이었다. 시드니인데 말이다. 왜지?? 한국의 지하철과 가장 다른 점으로 느껴졌다.


벨기에에서 온 아랍계 사람이 이름을 알려주었다. 아랍어로!! 설탕을 넣은 페퍼민트티를 주었다. 나름 맛있더라 ㅋㅋ

나의 책 한켠을 채울 정도로 가득 써주었다. 별다른 소통은 많이 하지 못했지만, 아랍어로 내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이 의미있었다. 



맥주마시러 나갈건데 같이 가겠냐고 했지만, 내 계획대로 움직이고자 잘 거절했다.



이 친구 이외에도 많은 한국 분들을 만났다. 이상하게도 한국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 공군 고등학교를 뛰쳐나와 스무살에 워홀을 시작하고, 영어를 아득바득 배워서 시드니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사람도 있었고, 워홀 막차를 타고 온 사람, 네팔 자유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무계획형 여행의 진가를 알아버린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사정이 있었기에 좋아보였다. 
이제 막 시드니 대학교에 입학하는 그 친구는 자신이 바랐던 멜버른 대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 것이 참 아쉽다고 했다. 그곳이 너무 그립니다 말이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오히려 생각하지도 못했던 좋은 기회를 얻게될지도 몰라요. 지금 아쉬워했던 그 마음이 무색하게, 시드니에 왔기 때문에 벌어지게 된 좋은 일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에요. 진짜에요!!" 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말하고 나서도 참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 나에게 항상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고, 이번 여행의 메인 테마였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로 인해 예측을 벗어나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아무래도 더 두근거리는 일이 펼쳐질 것이라는 징조라는 걸 이제는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