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모양을 가진 이들이 가족이 되어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앞에 놓여진 각자의 그림은 제각기 빛을 잃어간다. 가족들에게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 어떤 남편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그가 그리는 그림은 일말의 숨처럼 쉽게 놓아질 수 없고, 이어지는 하루들로 인해 마음의 여유를 충전할 곳을 잃은 그녀의 눈은 눈물도 화도 말라버린 빛으로 허공을 떠돈다.
음악이 들리지 않았는데,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야 그 존재를 깨닫게 되는 영화음악을 좋아한다. 미나리가 그랬다. 온전히 그 감정을 담아내는 물길을 따라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엔딩크레딧 사이에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영화의 공간.
손에 잡히지 않는 인간의 감정이기에, 손에 잡힐 듯 그려내는 그 음악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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