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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연말정산! : 이직 여행 👉 회사 적응 👉 심리상담

올해 정말 잘 버텼다! 아주 기특해!
회사에서 고군분투하며 지내온 지난 한 해에 아직도 화가 나고 속상한 일들이 종종 떠올라 괴로운 마음이 있다. 하지만, 어쨌든 내 인생에서 적으로 남게 된 사람 따위에게 더 이상 나의 에너지를 쏟지 않기로 마음을 다잡으며, 어려운 일들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을 버텨낸 나에게 무한의 칭찬과 긍정을 주고 싶다.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일들로 인해 기죽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해치지 못할 에너지와 긍정을 가득 담은 사람이 되는 길임을 기억하기로 한다.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말을 잊지 않기로 하며, 365일을 회고해 본다. 
 


1월

이직 여행으로 다녀온 필리핀 보홀. 
알차게 보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떠났던 여행이었다. 원없이 물놀이를 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에너지도 많이 얻었다. 필리핀 현지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혼자 간 여행이지만 혼자였기에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참 좋았고, 오래도록 스스로 자랑스럽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근데 오히려 에너지를 더 쏟아버린 덕에 이직 후 새로운 일에 적응할 힘이 충분하지 않아서 힘들었다.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에너지를 모아놓아야 한다는 교훈을 하나 더 얻게 되었다. 
엄마를 설득해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등록비를 두배로 내다보니, 나름 생에 큰 지출이었지만 아주 보람찬 소비였다. 엄마는 이후로 9개월 간 나와 운동을 함께하며 이제 더 이상 계단에 오를 때 무릎이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러 갈 때, 내 팔짱을 끼고 웃으며 함께 걷는 엄마가 참 귀여웠다. 

2월

새로운 회사에서 버둥거리며 적응하던 시간이다. 처음 접하는 기술 언어들은 나에게 그다지 의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나는 그저 주어진 일을 해내기에 벅찼다. 그래도 책을 많이 사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독서 양을 늘려갈 수 있었다. 
기술과 관련된 부분은 큰 의욕이 생기지 않았지만, 행사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뭐라도 더 얻어가고 말겠다는 급한 마음으로 탈이 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던 시간. 나의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는 사람도 있었던 반면, 벌써부터 나를 싫어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가식적인 사람도 보였다. 

3월

일을 하고 적응해 나가는 와중에 마음에 드는 신발을 샀다. 특이한 디자인이라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신겠냐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구매했다. 여름이 지난 이후로는 많이 신지 못했지만, 다음 계절을 준비하며 다시 챙겨볼 생각이다. 봄이 다가오면서 꽃놀이도 틈틈이 다녔다. 그래도 그다지 유쾌하지는 못했던 기억이다. 여러 일들로 흔들리고 생각을 이어가던 시간이었다. 방 안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며 혼자 더 파고들었던 것 같다. 외로움이 컸다.  

아마 4월?

 

4월

2년 간 길러온 머리를 잘라 기부했다. 고등학교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펌이 들어간 모발이었지만, 기준이 완화되어 기부를 받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택배를 부쳤다. 
그 외에는 여전히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버둥거리는 시간들이었다.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눈치를 보고, 조금이라도 그 사람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도 내가 안쓰러웠지만, 지금은 더 그렇다. 그래도 나름 나의 최선이었다. 살아남기 위한 최선. 그래서 후회는 없다. 

5월 
친구와 음악 페스티벌을 갔다. 나름 신나는 일들도 종종 있었다. 퇴근 후 혼자 영화도 보고, 용산 가족공원에서 예쁜 야외 결혼식을 구경하기도 했다.
어느덧 적응하지 못한 채로 적응해버린 5월이었다. 여러 행사에 참여하며 열심히 살았다. 종종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접하며, 스스로 위로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6월

구매 버킷리스트에 있던 재봉틀을 샀다. 올해는 회사의 복지포인트 덕분에 미루던 구매 버킷리스트들을 나름 많이 해치웠다. 재봉틀, 블루투스 이어폰, 어바웃타임 강의, 고프로... 등 완전히 내 돈이었다면 사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제품들을 사게 되었다. 
집에 있던 천과 헌옷들을 가져다가 쿠션 커버도 만들고, 옷을 수선하기도 했다. 작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었던 시간. 뿌듯한 소비로 내가 더 풍족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7월 

회사에서 준비하던 큰 프로젝트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많은 학생들을 데리고 교육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도무지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없는 조합으로 계속 협업을 해야 했기에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언젠가 이 시간이 나의 이력서에 큰 보람으로 남기를 기도하며, 나에게 몰아버리는 자잘한 일들을 해냈다. 유일하게 내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행사가 큰 위로가 되었다. 어쨌든 괜찮은 척하며 사람들을 대하며, 몰려드는 일들을 했고, 야근이 이어지다 보니 나의 여름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그래도 보람찬 마음은 남은 걸 보면, 지금 보다 더 미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다. 

 

8월

7월과 마찬가지로 회사 일 때문에 빠르게 지나간 8월이었다.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참여했다. 
그리고 외부 프로그램에서 직무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어 한층 정신이 없었다. 나를 싫어하는 게 너무 티나는 그 사람은 나의 외부활동은 당연히 탐탁지 않아 했고, 나는 한껏 움츠러든 채로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 스터디를 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이미 꺾여버린 기는 거기서도 드러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한 나는 스터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개인적으로 또하나의 큰 프로젝트가 있었다. 아빠의 은퇴에 맞추어 영상을 만들고, 홈페이지를 제작한 것이다. 서프라이즈는 실패했지만, 아빠의 지인들에게도 자랑하고, 아빠 스스로도 긴 세월의 시간을 회고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든 것에 매우 뿌듯했다. 

9월

조금씩 쉬는 시간도 있었지만, 9개월 간 엄마와 함께한 필라테스를 마무라 했다.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코어 근육이 생겼고, 깡을 기르는 시간들을 잘 이겨냈다는 작은 보람이 함께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역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결론도 함께 얻으며 뿌듯했던 필라테스 기간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적당히 따뜻한 날씨와 완벽한 하늘까지 참 힐링되는 여행이었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길을 걷고, 운전을 하고 가다 모르는 해변에서 멈추어 그림같은 노을을 감상했다. 고즈넉한 산골에서 동네 강아지를 쓰다듬고, 한적한 길목의 베이커리에 들러 빵을 샀다. 과감하게 구매한 고프로로 바다는 찍지 못했지만,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용기 내어, 혹은 겁도 없이 혼자 차를 타고 30분 거리의 제주 시내를 다녀오기도 했다. 
한껏 눈치보던 시간들에서 벗어나, 나로 존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10월

새로움이 고파질 때가 종종 있다. 나의 생각을 넓혀주고, 흥미로운 것을 만들어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다지 내키지 않아 하는 사람을 조금 꼬셔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제에 푹 빠져 살던 몇 년 전과 비교하여 나는 정말 먼 사람이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방문한 영화제는 여전히 친근했다. 영화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었다. 톡톡 튀는 색감과 파격적인 주제의식을 가진 한 영화를 보니, 그 이후에 감독의 계정도 찾아보고 탐구하게 되었다. 그를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뿌듯한 시간이었다.  

11월

여전히 나를 가식적인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던 나는 회사의 마음건강검진에 우울감을 토로하였고, 그대로 나의 검진 결과는 위험으로 나왔다. 연계된 의료 기관에서 나에게 상담 참여를 추천하였고, 심리상담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좋은 기회로 (무료로) 상담사님과 함께한 한 시간 동안 나는 내내 울었다. 의도치 않게 회사에 출근했던 날이었고, 평소와 같이 스터디카페 같은 곳이었지만 혹시라도 누가 볼까 가장 귀퉁이의 1인 회의실에서 빨개진 얼굴을 다독였다. 정말 T같이 생긴 상담사님은 놀랍게도 큰 위로가 되어주셨고, 나에게 adhd가 의심된다면 정말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봐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분께 이후 이야기들을 전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 한 시간이었지만 정말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 그 이후 나는 바로 병원을 예약했고, 일주일 주기로 병원에 찾아가 각종 검사를 받았다. 돈도 시간도 많이 들었지만, 나름 간절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다행히 올해가 가기 전에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고, 나는 약에 적응해 가는 중이다. 종합심리검사결과를 받아들였을 때처럼 여전히 나는 내가 안쓰럽지만, 그래도 더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 좋았다. 
 
 

12월

스터디가 끝났다. 나와는 많이 다르지만 흥미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많이 다른 만큼 나를 알고 사람들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HR 직무 전반에 대해서도 얕지만 뜻깊은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내년과 그 이후의 내가 어떤 일을 선택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큰 기반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연말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감사하게도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중심을 조금 더 잡을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일주일에도 두세번씩 설치했다가 지웠다가 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아 그리고 정말 책을 많이 샀다. 영화를 원없이 보았던 2019년이 생각났다. 잃은 것 투성이로 보여도 하나는 꼭 얻어가는 그런 시간이다. 

아, 그리고 운동을 꾸준히 했다. 필라테스가 끝나고 나는 헬스장을 바로 등록했다. 조금 더 역동적인 운동을 하고 싶었던 것은 맞지만, 일과 함께하기도 좋고, 절친한 동네 친구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선택했다. 어깨가 그새 넓어진 것이 참 뿌듯하다. 

 
 
너무 잘 해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더할 나위 없었다!